쌍용차 혹독한 구조조정이냐, 2만명 실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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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5.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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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이냐 청산이냐 갈림길에… 법원, 이르면 8일 회생절차 개시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법정관리행(行)이 유력해졌다. 법원이 정한 기한 내에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회사 운명이 또다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10년만에 또 법정관리? - 2015년 초 쌍용차 직원들이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소형 SUV ‘티볼리’를 출고 전 최종 점검하고 있는 모습. 쌍용차는 티볼리를 앞세워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소형 SU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다시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일보DB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미국의 자동차 유통기업)의 투자 계약서는커녕 투자의향서조차 제출하지 못해 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은 이르면 오는 8일, 늦어도 다음 주쯤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법원의 최종 결정 전까지 미국 HAAH에 매각하는 방안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2009년 쌍용차 사태 재발할 수도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쌍용차의 자산·재무 상황을 토대로 쌍용차를 존속시킬지 청산할지를 평가한다. 쌍용차를 계속 운영하는 게 자산 매각 후 청산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면, 법원은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 반대로 청산 가치가 더 높으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쌍용차는 최근 매년 영업적자를 내왔고 적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하면 임직원·협력업체 등 2만여명의 실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법원은 파산보다는 구조조정 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존속 결정이 나면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거쳐 회생 절차를 본격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을 정리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2600여명의 정리해고로 불거졌던 ‘쌍용차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HAAH에 매각하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잠재적 투자자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지 않아 아직 협의는 유효한 상황”이라며 “여러 조건을 두고 여전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빠른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 평택시 쌍용차 공장(86만㎡)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해당 부지의 현재 시세는 장부가액(4026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올랐다.

◇HAAH 매각 미뤄지면서 상황 악화

쌍용차는 신차 부재로 인한 판매 부진이 길어지면서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엔 코로나 여파까지 덮치며 4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규모가 2019년(2819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그 탓에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작년 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당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해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을 석 달 정도 미뤘다. 그러나 기존 대주주인 마힌드라, 새 투자자 HAAH 등과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꼬였다. 부득이 법정관리 기간을 2~3개월로 최소화하는 ‘단기법정관리’(P플랜)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마저도 HAAH가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아 결국 실행하기 어렵게 됐다.

HAAH는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HAAH는 연 매출 250억원 규모의 미국 완성차 딜러 회사다. 쌍용차를 단독으로 인수하기엔 규모가 작아 중동·캐나다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를 인수하려면 밀린 임직원 급여·부품 협력업체의 납품 대금 등 3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떠안아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거쳐 몸집을 줄이면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 등 2~3개 업체가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쌍용차는 협약에 따라 HAAH와의 계약이 최종 불발될 경우에만 다른 투자자와 협상할 수 있다.

[윤형준 기자 b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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